[AaronPa] 강사도, 교과서도, 학비도 없는 프랑스의 IT 기술 학교, ‘에꼴 42(Ecole 42)’ (1)
Insightful Articles 2018. 7. 18. 18:01강사도, 교과서도, 학비도 없는 프랑스의 IT 기술 학교, ‘에꼴 42(Ecole 42)’ (1)
몇 주 전 프랑스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에 대해 소개 드렸었습니다. 프랑스 통신업계를 혁신한 프리Free의 창업자 그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막대한 투자금을, 그것도 개인 돈을 들여 설립했다고 했었죠. 프랑스 스타트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불리는 이 거물이 이런 엄청난 업적을 세운 것은 스테이션 F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자비에 니엘이 2013년 야심 차게 설립한 강사도, 교과서도, 학비도 없는 IT 기술 학교 ‘에꼴 42Ecole 42’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파리의 북서쪽 17구에 위치한 이 ‘학교(에꼴Ecole은 학교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입니다.)’는 4,000제곱 미터에, 벽에는 스트리트 아트 작품이 가득하고 로비에는 청년들의 스케이트보드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미래의 IT 주역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교류 공간, iMac으로 가득한 세 개의 커다란 실습실, 게임을 위한 공간, 드넓은 테라스, 샤워실이 갖춰진 이 시설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학습하고 소통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꾸며졌으며 매일 24시간 운영된다고 합니다. 그자비에 니엘은 이 시설과 수천 대의iMac 컴퓨터 구비를 위해 2천만 유로(한화 약 269억 원)를 투자했으며, 운영비는 매년 7백만 유로(한화 약 94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에꼴 42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홈페이지도 둘러보고 여러 기사와 블로그 글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만 18세에서 30세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이 기관에 강사도, 교과서도, 학비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나 교과서를 두지 않는 것은 오늘날 젊은이들이 불확실함과 가능성,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에꼴 42의 공동설립자 니꼴라 사디학Nicolas Sadirac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지식을 얻어 나가길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이 인터넷에 다 있는데 무엇 하러 머리에 쌓아야 합니까? 우리는 학생들이 정보가 필요할 때 그것을 검색해서 얻는 능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지금같이 나날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오늘 통용되는 정보가 하루아침에 더 이상 소용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개념과 이론을 인터넷에서 알아서 찾아 응용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강사도 없고 교과서도 없어 마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에꼴 42는 청년들에게 꿈꾸는 일을 맘껏 펼치길 바라기 전에 치열하게 자신을 갈고닦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조언합니다. 에꼴 42는 3년으로 설계된 과정이지만 개개인에 따라 어떤 사람은 2년 안에 끝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몇 년을 더 지내고 졸업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즉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만의 동기와 끈기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청년은 에꼴 42를 가능한 한 빨리 졸업해서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매일 아침 10시 전에 도착해서 밤 10시 이전에 책상 앞을 떠나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주말 역시 쉬는 일 없이 집중적으로 훈련에 매진하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어지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갈고닦아서인지 에꼴 42는 2017년 전 세계 IT 기술 학교 중 상위 3번째에 드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런칭한 프랑스 플랫폼 코딩게임CodinGame은 전 세계 수억 명의 프로그래머 및 개발자를 모아놓고 코딩 대결을 벌여 실력을 가르고 순위를 매기는 플랫폼인데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오락인 동시에 자존심 대결의 장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700개 기관 출신 13,000명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대결을 벌인 결과 최상위 5명이 에꼴 42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플랫폼의 본거지가 프랑스인지라 이와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꼴42의 학생들과 관계자들은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하네요.
학비를 마련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 학교는 입학생을 선발할 때 학력 또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의 기회가 닿지 않았던 청년들을 차별하지 않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여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양성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에꼴 42의 학생들은 중졸부터 비평준화 상위권 대학교 졸업생까지 학력 차이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길을 걷다 에꼴 42에 모여 공부를 하고 졸업한 청년들은 평균 4만2천 유로(한화 약 5천 6백만원)의 연봉을 받고 취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 에꼴 42의 분교가 생겼는데, 학자금 대출만 1조 달러가 넘는 미국에 무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비전을 위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Workplace by Facebook의 한 디렉터에 따르면 그자비에 니엘과 마크 저커버그가 만나자마자 수십 분간 에꼴 42에 대해 열띠게 대화했다고도 하네요.
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해커톤을 개최하기 위해 에꼴 42를 찾는다고 합니다. 약 이틀간 쉼 없이 꼬박 이루어지는 해커톤은 주로 주말에 열리며,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실제 시장의 한가운데 있는 스타트업 및 대기업과 과제를 하며 감각을 익힌다고 하죠. 에꼴 42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렇게 현실 감각과 협력하는 역량을 키워준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1,000명 정도를 선발하는 에꼴 42에 지원하는 청년 수는 약 7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본 과정만큼이나 독특하고 혁신적인 4주간의 신입생 선발 과정, ‘라 삐씬La piscine‘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 있는 많은 IT 꿈나무들이 에꼴 42에 진출하거나 우리나라에 이런 훌륭하고 창의적인 교육기관이 생겨서 많은 청년들이 글로벌 IT 인재로 거듭나고 한국 경제를 이끄는 큰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Insightful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AaronPa] 글로벌 IT 공룡들, 韓 공략 본격화.. 현지화 전략 '승부수' (0) | 2018.07.23 |
---|---|
[AaronPa] 텐서플로우에 올라 탄 한국 AI,”구글은 왜 기술을 개방했나?” (0) | 2018.07.19 |
[AaronPa] 강사도, 교과서도, 학비도 없는 프랑스의 IT 기술 학교, ‘에꼴 42(Ecole 42)’ (2) (0) | 2018.07.18 |
[AaronPa]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 (0) | 2018.07.18 |
[CuroGom] ‘머신러닝-딥러닝’, 뭐가 다를까 (0) | 2018.07.18 |